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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남자 직장인 육아휴직 결산 기록 : 너무나도 좋았다, 육아휴직

by 청춘차렷 2023.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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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대한민국에서 남성 육아휴직은 낯선 단어입니다. 저의 직장에서도 그랬습니다.

 

둘째 아이의 출산과 더불어 닥친 코로나-19의 위기로 인해 저는 반대를 무릅쓰고 육아휴직을 강행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2년의 육아휴직 기간은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인생 최고의 시간이었습니다.

 

 

 

 

 

 


 

 

1. 육아휴직의 이유

 

 

저는 남성 직장인입니다. 2017년 첫째아이를 출산하고 2020년 둘째아이를 출산하게 되었습니다.

 

첫째를 키웠던 경험 때문이었을까요. 둘째아이 양육에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첫째아이가 너무 순했던 것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둘째아이 출산과 더불어 저의 멘탈도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당시 특수대학원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갑자기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코로나-19는 괴담 수준으로 공포를 자아냈습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대학원 강의도 원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어느날 퇴근 후 집에서 지도교수님과 논문 관련한 화상 면담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갓난아이의 울음이 터졌습니다. 당황했습니다.

 

거실에 나가보니 아내는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와중에 첫째아이는 식탁에 앉아 아이패드로 유튜브를 보고 있었습니다.

 

순간 저는 멘탈이 깨졌습니다. 당시의 저는 직장에 충실하지도 않았고, 집안과 육아에 충실하지도 않았습니다. 좋은 아빠도, 좋은 일꾼도 되지 못한 상황에서 되도 않는 대학원을 그것도 인터넷 강의에만 매달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심지어 몇 백 만원의 등록금을 내면서 말입니다.

 

저 역시 남성 육아휴직에 대해 약간의 낯섦과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이 날 이러한 생각을 모두 사라지고 육아휴직을 써야겠다는 당위성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저는 다음날 육아휴직 신청서를 인사팀에 제출하였습니다.

 

 

 

2. 육아휴직의 시작

 

 

앞서 말했듯 육아휴직을 쓰기 전까지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여러 장애물이 존재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휴직에 들어간다고 걱정하는 팀원들, 내가 해오던 업무를 마무리 짓고 가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스스로의 불안감까지 말입니다.

 

그러나 휴직에 들어가는 순간 모든 고민은 한순간 물거품 처럼 사라졌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사실 그냥 하나의 직장 구성원일 뿐이었습니다. 세상은 나 없이도 너무나 원활히 잘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3. 육아휴직의 결실

 

 

여러 불안을 이겨낸 대가는 달콤했습니다. 저는 육아휴직의 시간 동안 논문을 마무리하여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늦게 일어나는 아이를 충분히 자게 하여 어린이집에 여유롭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직장인들의 업무 시간에 아이와 함께 동물원에 갈 수 있었습니다.

 

 

 

남해 한 달 살기, 여행의 일상화

 

 

육아휴직 처음 몇 달의 시간 동안 배우자와 함께 육아휴직을 하였습니다. 저는 이 기간 동안 5살 아들과 2살 딸을 동반한 온가족 여행을 남해로 떠났습니다.

 

여행 기간은 한 달이었습니다. 목적지를 남해로 하여 마당이 딸린 독채 펜션을 빌렸습니다.

 

날이 좋은 여름 떠난 여행에서, 비가 오면 마당에서 물풍선을 불어 놀았고 비가 오지 않는 날은 간이 수영장을 만들어 물놀이를 즐겼습니다.

고운 모래사장이 펼쳐진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신선한 해산물을 마음껏 즐겼습니다.

이른 아침 선선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즐기던 드립커피의 향이 아직도 콧가에 어른거리는 것 같습니다.

기분 좋은 게으름을 즐기며 보낸 한 달의 시간은 평생 기억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평생의 추억을 얻었습니다.

 

남해 여행 이후에도 한 달 기준 2번 이상씩 여행을 떠났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커가는 모습을 기록하였습니다.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을 많이 쌓았습니다. 

 

 

 

논문 완성과 대학원 졸업

 

 

휴직으로 인해 아이와 보내는 시간 틈마다 노력하여 대학원 논문을 완성하였습니다. 학부생일때와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온전히 하나의 주제를 맡아 연구를 하고, 나름의 해석을 더한 논문을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지도교수님을 포함한 세 분의 교수님을 모시고 논문 심사를 거쳐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끝낸 것과 비슷한 정도의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휴직을 결심하게 했던 주요한 이유 중 하나를 극복하며 삶의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운동의 시작

 

 

저는 첫째아이를 양육하기 시작한 이후 몸무게가 20kg 이상 불어났습니다. 60kg 중반이던 몸무게는 4년만에 90kg까지 불어났습니다.

 

그길로 복싱과 테니스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멈추었던 축구를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정말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배우자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테니스를 시작하였고, 몸의 건강과 호신을 위해 복싱을 시작하였습니다.

몸무게는 14kg 정도 감량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리고 운동을 하며 알게된 지인들의 존재가 삶에 활력을 주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감사합니다. 운동을 정말 삶의 활력소였습니다. 

 

 

 

코로나-19 건강하게 극복

 

 

휴직을 고민하게 된 또 하나의 주요한 이유는 코로나-19 였습니다. 코로나-19는 초창기 괴담에 가까울 정도의 공포를 자아냈습니다.

 

백화점, 쇼핑몰 등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장소에 확진자 혹은 밀접접촉자가 한 명 다녀갔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만으로 3~4일은 기본으로 휴점하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더욱 더 비상이었습니다. 매일 아이의 열을 체크해야했고 당장 마스크와 자가진단키드를 구하러 동네방네 뛰어다녔습니다.

 

어린이집 관련인에 코로나 접촉자가 있는 경우 일주일 이상 어린이집을 닫았습니다. 그만큼 육아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난 후 아니나 다를까 전국민적 유행이 시작되었고 우리 가족도 모두 감염되어 한 달에 가까운 격리 생활을 보내야했습니다.

특히 이 기간에는 배우자가 복직을 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확진자를 제외한 동거가족의 경우 격리의무가 해제되어 배우자는 저나 자녀들이 코로나에 걸린 상황임에도 출근을 해야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육아휴직 중에 있었기 때문에 무사히 한 달의 격리생활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자녀 양육의 즐거움

 

 

처음 육아휴직을 쓰고 나서 배우자 없이 혼자 아이를 케어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없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걱정했던 것보다 아이들은 적응력이 좋았습니다. 금세 엄마 대신 아빠에 의지하여 건강하게 잘 자라주었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평균적으로 밤 12시 내외에 잠에 듭니다. 당연히 아침에 늦게 일어납니다.

아이들의 기질인지 모르겠으나 3살의 차이가 나는 남매가 모두 그렇습니다.

 

제가 출근할 때 아침에 옷을 다 입혀 신발을 신고 차에 태워 어린이집에 가는 동안에도 아이들은 잠에서 깨지 못했습니다. 거의 대부분 잠에 든 상태 그대로 어린이집 선생님께 안겨드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육아휴직 기간 동안에는 아이들을 무리하여 깨우지 않고 충분히 재웠습니다. 아이들 짜증도 많이 줄었고 웃으며 일어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대가 시대인지라 어린 나이부터 오랜 시간을 어린이집에서 보내야하는 아이들에게 잠깐의 여유를 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저는 이제 곧 2년의 육아휴직을 끝내고 직장으로 복귀합니다. 이 글을 지난 2년의 육아휴직을 돌이켜보고자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남성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육아휴직의 경험을 시켜드리고 싶었습니다.

 

저의 육아휴직은 정말 눈물나게 좋았습니다. 망설이지 마세요. 직장에서 생각보다 나의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잠시 직장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은 눈부시게 찬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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