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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보

기초생활수급자 분신 시도와 잘못된 오해 해명

by 청춘차렷 2022.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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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3일 기초생활수급비가 줄어들어 분노한 60대 남성이 분신을 시도하던 중 경찰에 제압된 후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붙잡힌 60대 남성이 스스로의 몸에 인화물질을 뿌린 후 라이터에 불을 붙여 분신하기 직전 소화기로 제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기초생활수급비가 줄어든 것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초생활수급제도에 대한 오해

 

혐오를 조장하는 사회

 

저는 이 기사를 보며 두 가지 지점에서 매우 놀랐습니다.

이 기사에 달린 댓글을 한 번 보겠습니다.

 

 

첫번째 댓글에 달린 '기생수'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줄임말임과 동시에 기초생활수급자를 타인에 '기생'하여 살아감을 비꼬는 신조어입니다.

실제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사용되는 단어이기도 하며, 드라마와 영화 등 여러 방송 매체에 등장하여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었던 단어이지요.

'분신'이란 자기 몸을 스스로 불사른다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스스로의 몸을 불에 태운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고통을 1~10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아이를 낳을 때 느끼는 산통은 8단계의 수준입니다. 몸이 불에 탈 때 느낄 수 있는 고통인 작열통이 최고 단계인 10단계의 수준이라고 합니다. 

출처 : 픽사베이

 

그렇기 때문에 과거 노동자의 처우에 분노한 전태일 열사의 분신이 큰 울림을 주었던 것입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을 느낄 것을 감수하고도 스스로의 몸에 불을 지르겠다는 심정은 누군가가 감히 '불을 지를 힘' 이나 '먹고 놀 생각'으로 치부할 만큼 하찮은 분노의 감정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상식적으로 옳은 일이든 아니면 치기 어린 실수에서 나온 어리석은 생각이었든 말입니다.

그럼에도 기사에 나온 60대 남성의 분신 시도는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혐오와 분노의 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노동을 하지 '않는' 사람 (X)   :   노동을 하지 '못'하는 사람 (O)

 

대부분 댓글을 관통하는 핵심은 '노동'과 '공짜'라는 단어입니다.

그러나 이는 기초생활수급제도에 대한 오해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현재 우리 나라 기초생활수급제도에서 생계급여는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을 대상으로만 지급되는 급여입니다.

이는 '근로능력평가'라는 과정을 거쳐 수급자 스스로가 증명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이 증명에는 최소 2개월 이상의 진료를 통해 발급받은 의사의 근로능력평가용 진단서가 필요하며, 이 서류들을 토대로 국민연금공단의 근로능력평가 심사를 거쳐야만 나의 근로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근로능력평가는 보통 2년을 주기로 정기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보통의 기초생활수급자들은 꾸준히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이 근로능력평가에서 근로능력이 없다고 평가받지 못한 사람들은 지자체에서 알선하는 일자리에 참가하여 월급을 타는 것이지 무턱대고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생계비를 지급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출처 : 픽사베이

 

그런데도 기초생활수급자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일을 하기 싫고 먹고 놀기만 좋아하여 나라에서 세금을 통해 생계비를 지원 받는 게으른 사람들로 낙인 찍혀 있기 일수입니다.

뿐만 아니라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정말 여러 가지 과정을 거쳐 2달에 가까운 조사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쳐 근로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판정 받아야만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 분 아직도 생계급여에 대한 불만으로 스스로의 몸에 불을 지르려한 60대 남성이 돈을 더 주지 않아 생떼를 쓰는 철부지 게으름뱅이로 보이시는지 궁금합니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저마다 다른 사정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현재 처해있는 상황도 천차만별입니다.

매일 때리고 막고 맞는 훈련을 하는 격투기 선수에게 복부에 꽂히는 펀치 한 방은 훈련 속에 있는 그저 한 방의 펀치 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운동을 전혀 하지 못한 여성 학자에게 펀치 한 방은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정도의 고통을 선사하게 될 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더이상 혐오를 조장하는 사회가 그만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에게 별거 아닌 정도의 돈이 나라에서 받는 생계급여가 세상 전부인 사람들에게는 분신을 각오할 고통과도 맞바꿀 정도의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하며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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