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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보

남한산성 후기

by 청춘차렷 2017.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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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은 남한산성에 있었다……'

 

  이렇듯 병자호란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문장은 없을 것이다. 당시 상황을 한 문장에 정확히 담아낸 사관의 통찰력에 감탄했다. 그렇다. 백성들의 삶은 찢겨지고 강토가 짖밟힐 때 임금은 남한산성에 있었다.

 

  사관의 생각을 읽었을까? 소설가 김훈은 『남한산성』에서 간결한 문장으로 역사적 사실을 생동감있게 살려냈다. 사관이 저 짧은 문장 속에 숨겨두고자 했지만 역설적으로 또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을 적나라하게 파해치는 소설이 바로 『남한산성』이다. 병자호란 당시 조선의 상황은 처참했다. 동상으로 손발을 잘라내고 대신들은 걸어서 남한산성으로 입성한다. 부녀자들은 겁탈 당하고 장정들은 도리어 조국을 향한 침략전쟁에 동원된다. 그렇다면 당시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그려냄으로써 글쓴이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실제로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최초의 패배로 기록된 전쟁이 바로 병자호란이다. 우리민족은 항상 무를 숭상하고 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수한 침략을 받았음에도 이겨낼 수 있었다. 고구려는 '조의선인'을 중심으로 광활한 만주대륙을 호령하였고 백제는 요서, 산둥지방 뿐만 아니라 일본의 규슈까지 진출해 해상제국을 이룩하였다. 신라는 '화랑도'를 중심으로 삼국을 통일하여 당나라를 몰아내었고 발해는 해동성국으로 고구려의 명성을 이어나갔다. 세계제국 원나라의 침략을 받았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벗어나고자 했던 고려의 '삼별초'와 공민왕의 북진정책 역시 상무정신의 표본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조선은 달랐다.

 

  정묘호란 이후 수도 근위병으로 만들었던 2만의 군대는 청의 팔기군 6천 기 앞에서 한 번의 교전 없이 사라졌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관군들은 이렇다 할 싸움 한번 하지 않고 임금의 눈치 보기에 바빴다. 인조 정권에는 12척의 배로 수백 척의 왜선 앞에 당당했던 이순신 장군의 기개도, 행주대첩에서 치마로 돌을 나르던 부녀자들 만큼의 용기도 없었다. 다만 말(言)과 말이 싸웠고 임금이 남한산성에 있었을 뿐이다. 정신전력의 핵심인 '상무정신'의 결여, 바로 이것이 글쓴이가 소설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월남 패망의 교훈을 다시 생각해보자. 베트남은 우리와 쌍둥이라고 할 정도로 비슷한 나라다. 하지만 그들은 이념의 차이로 남과 북이 갈라져있던 시점에서 상무정신을 천시하였고 그 결과 '꽃 군인, 유령군인'들은 월맹의 사회주의로 적화통일 되었다. 평화를 원하면 항상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그것을 역사적 사실에 빗대어 소설 속에 절실하게 담아낸 소설가 김훈의 통찰력에 박수를 보낸다.

 

  후기는 군인이던 시절 개인적인 느낌과 더불어 작성된 것이니, 이런 책이구나! 참고만 하세요!ㅋㅋㅋㅋ

책은 처음에는 읽기 힘들고 재미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훈 작가 나름의 담담함으로 당시의 처절한 상황을 저리게 담아낸 좋은 책입니다.

병자호란은 근본적으로 일제강점기를 만들어낸 뼈아픈 역사의 시작일 수 있는 중요한 사건입니다. 즐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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